서리(霜)
임현숙
밤새 앓던 아버지의 잿빛 신음이
아침 마당에 내려앉아
하염없이 눈물지었습니다
느즈막이 얻은 막내딸
결혼식도 못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넋이 시린 꽃으로 피었습니다
첫 월급으로 사드린 털모자로 백발을 감추듯
자신의 무능력도 깊이 묻고 싶으셨을
내 늙으신 아버지
못 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하셨지만
서릿발 세월을 묵묵히 걷다 가신
그 아픔이
내 삶의 모퉁이에 서리서리 내려앉습니다
'네가 부모 되어 알아보리라.'라는
노랫말처럼...
2013.01.11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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