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3.02.13(수) 밴쿠버 한국일보/서리(霜)

라포엠(bluenamok) 2013. 2. 13. 10:12

서리(霜)

       임현숙

 


밤새 앓던 아버지의 잿빛 신음이
아침 마당에 내려앉아
하염없이 눈물지었습니다

 

느즈막이 얻은 막내딸
결혼식도 못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넋이 시린 꽃으로 피었습니다

 

첫 월급으로 사드린 털모자로 백발을 감추듯
자신의 무능력도 깊이 묻고 싶으셨을
내 늙으신 아버지

 

못 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하셨지만
서릿발 세월을 묵묵히 걷다 가신
그 아픔이
내 삶의 모퉁이에 서리서리 내려앉습니다

 

'네가 부모 되어 알아보리라.'라는
노랫말처럼...


2013.01.11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