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나무
/안개비 임현숙
잎이 푸르던 날엔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꿈에 부풀어 신록을 노래했지
붉게 물들어 이글거리는 열정을 품었던 날이
기우는 갈 햇살에 시들해 져가는데
채 붉기도 전에 서리 맞은 마지막 이파리가 안쓰럽다.
차라리 해를 삼켜 재가 되어버릴 것을.
이제 초겨울의 문턱을 넘으며
옷을 다 벗고 다시 나목으로 돌아가리라
한 잎 두 잎 다 비워낸 앙상한 가지 위에는
갈까마귀가 쉬어가며 말벗이 되고
다시 돌아올 새봄을 기다리며 동면하리라
벌거벗으니 얼마나 자유로우리.
Nov.05,2011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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