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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11월의 나무

라포엠(bluenamok) 2011. 11. 6. 07:54

 

 

 

 

11월의 나무

              /안개비 임현숙

 

 

잎이 푸르던 날엔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꿈에 부풀어 신록을 노래했지 

붉게 물들어 이글거리는 열정을 품었던 날이

기우는 갈 햇살에 시들해 져가는데

채 붉기도 전에 서리 맞은 마지막 이파리가 안쓰럽다. 

차라리 해를 삼켜 재가 되어버릴 것을.

 

이제 초겨울의 문턱을 넘으며

옷을 다 벗고 다시 나목으로 돌아가리라

한 잎 두 잎 다 비워낸 앙상한 가지 위에는

갈까마귀가 쉬어가며 말벗이 되고

다시 돌아올 새봄을 기다리며 동면하리라

벌거벗으니 얼마나 자유로우리.

 

 

                 Nov.05,2011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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