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기억
송동균
무지갯살을 타고 가듯
고이 닦은 바람재를 넘으며
오늘은 태양열보다도 센 불땀을 품어 안고
가빠 오르던 당신의 숨길이
아직도 내 머리 끝에 예지롭습니다.
내일의 파란 꿈을 못 잊고
과원 길을 거닐며
세월이 바랜 시계 소리에
마음 간지러워
밤새
샛별들을 헤이던
당신의 까만 눈동자가
내 마음속 깊이 파고듭니다.
헤어져야 할 마지막 갈림길은
너무 선합니다
당신이 그만 떠나가실 때
필름처럼 쏟아 놓은
이미 저물어든 안갯빛 마음과 함께
당신의 발자국은 멀어졌지만
당신의 음악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는
가을 새벽 달빛에
가벼웁게 음율을 타고 오는 바람소리와도 같이
지금도 내 온 신경을 타고 돕니다.
당신이 마지막 밟고 간 과원 길을 거닐며
이제 아무 두려움 없이
꿈을 그리듯
나의 생각이 허공을 헤매이면
그날 당신의 검정머리 외가르마가
아스라이 뻗어 내린 고향 길 같았고
다시금 별 하나 별 둘
손마디를 굽히며
새벽 바람에 씻기운 별들을 헤이던
당신의 까만 눈동자가
내 마음속 깊이
푸른 기억 되어 굳어 갑니다.
*시작 노트 : 은사 미당 서정주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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