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하나 임현숙 남편은 얼근하게 취하면 통닭 한 마리를 안고 와 잠자던 아이들을 깨우곤 했다 큰 아이는 맏이라고 막내는 막내라는 특권으로 닭 다리 하나씩 움켜잡으면 착한 둘째는 퍽퍽한 살을 집어들며 침을 삼키곤 했지 "엄마, 닭 다리는 왜 두 개인 거야." "그러게, 나도 닭 다리만 먹는데..." 어쩌다 둘째에 차례가 갈 때면 어린 마음에도 엄마가 통닭에 손도 안 대는 게 걸렸는지 "엄마 먹어." 마른 침 꿀꺽하며 내게 내밀곤 했지 세월이 흘러 원하는 만큼 닭 다리만을 먹을 수 있어도 그때처럼 쩍쩍 입에 붙지 않는 건 제비 새끼들을 바라보듯 불그레 허허 웃던 그 모습이 그리운 탓일까? 2013.04.18 림
'나목의 글밭 > 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처럼 (0) | 2013.04.20 |
---|---|
꽃 나비 (0) | 2013.04.20 |
당신을 사랑하기에 (0) | 2013.04.18 |
풋풋한 사월 (0) | 2013.04.16 |
산이 일어선다/묵은 글 향기 (0) | 2013.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