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
나목 임현숙
별이 졸려 까무러칠 때쯤
다중 인격을 갖은 친구, 컴퓨터를 재우고
커튼을 젖히면
코발트 빛 하늘 장막이 온 밤을 싸 안고
내 침실에 고요를 내린다
그제야 등을 끄고 허리를 편다
시계 소리 자장가 삼아 뒤척이다
깜박 눈을 뜨면
컴퓨터의 파란 눈이 유리창에 박혀있다
나 잠든 사이에도
저 친구는 지구 방방곡곡 내달리며
나날이 진화하고 있어
내 꿈까지도 간섭하고 조정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손가락만 까딱거리면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으로 데려가
그리움을 달래주니
컴퓨터는
허기진 하루의 푸근한 동반자
즐겨 찾던 어느 찻집의 그 자리이다.
2015.03.26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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