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이 헛꿈을 잉태하다
나목 임현숙
미루고 벼르던 치과 검진
진료대에서 치아 사진을 보니
언젠가 보았던 늙은 개가 떠오른다
하품하는 사이 드러나던
누렇게 금 가고 마모된 이빨들
그 사이로 고이던 찐득한 침
수십 년 동안 깨물고 씹었던
욕망의 결과는 무참했다
상앗빛 젊은 날이 녹아내리고
벚꽃처럼 흘리던 웃음이 짓이겨졌다
우두둑하면 와르르할 것 같은 석회석 사이에서
금니가 등댓불을 밝힌다
진료비 예상 명세서를 받아든 발걸음이
취한 듯 복권 판매소를 두리번거린다
그 흔한 행운권 하나 당첨되지 않는 손으로
난생처음 헛꿈을 샀다.
2016.04.12.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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