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도시락의 추억 안개비 임현숙 교실에 겨울이 찾아들면 조개탄 난로 위에 노란 도시락 탑이 쌓였지 김치가 통 안에서 볶아지고 누룽지 냄새로 코가 씰룩거렸어 난로 뒤에 앉은 친구는 수업 시간 내내 도시락 층 바꾸느라 바빴고 이 교시 끝나는 종이 울리기 무섭게 도시락 뚜껑 여는 소리 요란했지 김치와 콩자반, 달걀 부침이 단골 메뉴였지만 꿀맛이었어 어쩌다 소시지를 발견하면 전장에 화살이 쏟아지듯 젓가락이 도시락을 노략질했지 소시지 주인은 한 조각도 못 차지했어 쉬는 시간의 도시락 까먹기는 날렵하게 속전속결 하는 전투 같았지 선생님 오신다는 신호에 입안에 밥 물고 냄새는 나 몰라라 시침 뚝 떼었어 모른 척 하신 선생님은 아마도 비염을 앓았던 거야. 2012.11.29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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