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있어요- 홍성란
노래자랑에 입상하신 여든한 살 할머니가 분홍셔츠에 흰 바지 차려입고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를 다소곳 환히 부르네
숨은 턱에 찼으나 손 모아 파르르 입술 모아 애인 있어요, 말 못한 애인 있다니
여든넷 어머니 그늘 겹쳐오네 새치 뽑던 파마머리 젖가슴 뭉클 잡히던 얼굴
연하고질(煙霞痼疾)이여, 희미한 내 노래여
나도 애인 있어요, 춘천 어디 산비탈 가지마다 매어두신 실오리, 실오리 스쳐
돈담무심(頓淡無心) 내려온 데 목메도록 애인 있어요
천석고황(泉石膏肓)이여, 희미한 내 노래여
골도 좋아 물 시린 집,
다시 못 올 흔들의자에 내가 버린 애인 있어요
나 날 적 궁전이었으나 내가 버린 폐가(廢家) 있어요
*Gregory Colbert (b:1960 ~, Canadian film-maker and photographer) photo
*El Vals (El apiculor) / Eleni Karaindrou (b:1941~, Greek composer ) 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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