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죽은 여자 / 황봉학
나의 지갑 속에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죽어 있다.
어떤 때는 죽은 남자를 팔아 산 여자를 사기도 하는데
앗싸노래방에서 도우미를 신청하고 죽은 남자를 내밀면 아주 효험이 있다.
운이 좋으면 쭉쭉빵빵인 아가씨를 사기도 하고
막 요염이 덧칠해진 30대 여인을 달려오게 할 수도 있다.
싱싱하게 서비스하던 여자들이 시들해지면
나는 그 여자들에게 죽은 남자를 덤으로 써먹기도 한다.
콧수염과 턱수염이 아주 근사하게 생긴 남자인데
여자들의 브래지어 속이나 핫팬츠 속에 찔러 넣어주면 효과가 아주 좋다.
그 남자의 능력은 여자들이 엉덩이를 흔들거나 살짝살짝 가슴을 보여주는 정도의 약효는 있지만, 더 이상의 효과는 없다.
그때는 할 수 없이 죽은 여자를 불러내어야 한다.
내가 죽은 여자를 두세 겹으로 겹쳐 흔들면 팔려온 여자는 마술에 걸린 듯 옷을 벗는다.
여성 상위시대!
여자들은 콧대가 점점 높아진다.
그러므로 남자들은 부적처럼 죽은 여자를 지갑 속에 넣고 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
바야흐로
죽은 여자가 산 여자를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시』 (2012년, 11월)
텃밭에서 황봉학 아아, 여기는 옥수수 한 알을 심으면 팝콘이 펑펑 터지는 나라 완두콩이 꽁무니에 지구를 달고 천왕성으로 명왕성으로 날아가는 나라 땅은 우둔한 휘파람새 같아서 제 품에 품은 것은 기어이 부화시키고 말지만 감자 한 알 낳은 적 없는 나는 삶은 감자를 심고 감자 꽃을 기다린다 노란 눈의 씨감자를 기다린다 뻐꾸기 한 쌍 밭두렁에 날아와 어제 심은 옥수수가 익지 않는다고 뻑꾹 뻐뻑꾹 칭얼대는 이 가이 없는 텃밭에 몰아치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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