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안개가 그리는 풍경 나목 임현숙 짙은 안개는 암행어사이다 감찰이 깊어질수록 어수선한 세상은 먹통이 된다 굉음을 내며 오르내리던 자동차 눈 부라리며 오금 저리고 날랜 발길 굼벵이 된다 볼 꼬집던 바람 감쪽같이 숨어 버려 안개의 축축한 추궁만이 집요하다 날 속속들이 들여다보려 해 차를 타고서야 한숨 돌렸는데 어느새 집 앞에 먼저 와 어슬렁거린다 나도 바람처럼 꼭꼭 숨고 마을 전체가 그림처럼 고요하다. 2015.01.09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