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에 늘어 퍼진 시간
임현숙
심심한 손가락이
말하는 밥솥에 쌀을 안치다
고여있는 시간의 무게를 가늠해 보네
생의 반세기를 훌쩍 지나
사랑도 미움도 가랑잎 되고 나니
손지갑이 빵빵한 시간 부자
사이버 마을을 기웃거리고
책갈피를 넘겨보고
밤하늘을 첨벙거리며 별을 줍는
짝퉁 글쟁이
고인 물에 이끼 같은 기억의 파편을
오래도록 반추하며
겨울 행 고속도로를 달려가네
수박 같은 여자이고 싶었으나
밤송이였던 여름이 하롱하롱 숨지고
마음밭에 나이테에
따분이 무성히 자라는 이 가을
밥솥 한가득 늘어 퍼진 시간을
굴풋한 하루에 고봉으로 퍼주고 있네
망각의 겨울에 침몰할 때까지 · · ·
-림(20250202)
https://www.youtube.com/watch?v=rgGCfFPa-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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