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지던 날- 김은우
외할머니는 뒷마당 오래된 목련나무에
병든 딸의 목숨 줄 이어놓고
날마다 애타는 소원 하나씩 가지 끝에 달아 놓았다
할머니가 삐뚤삐뚤 쓴 종이 하나가
뒷마당 유난히도 붉은 우듬지에서 펄럭일 때
아픈 허리는 우물가에 앉아
통증도 잊은 채 커다란 가마솥을 닦았다
할머니가 마지막 가시는 아빠 옷 속에
슬쩍 밀어 넣은 편지 한통
‘자네가 이 병마 가져가게나’
목련나무에 새긴 간절한 소망들이
할머니의 어깨 위로 떨어져 내렸다
떨고 계신 가슴 위로
하얀 목련꽃 한 송이가 지고 있었다
시집『목련꽃 지던 날』2015. 시산맥사
김은우 시인
강원도 동해에서 출생
2004년『문학세계』로 등단
시집『길』『목련꽃 지던 날』
2014년 부산시단 작가상수상
'시인의 향기 > 영혼의 비타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나호열 (0) | 2016.04.09 |
---|---|
동시/섣달그믐 - 송근영 (0) | 2016.02.08 |
겨울 기도 2 / 마종기 (0) | 2016.01.19 |
지평선 / 위선환 (0) | 2016.01.17 |
결빙의 아버지 / 이수익 (1942∼ ) (0) | 2016.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