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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목련꽃 지던 날- 김은우

라포엠(bluenamok) 2016. 1. 26. 15:37

목련꽃 지던 날- 김은우


 

외할머니는 뒷마당 오래된 목련나무에

병든 딸의 목숨 줄 이어놓고

날마다 애타는 소원 하나씩 가지 끝에 달아 놓았다

 

할머니가 삐뚤삐뚤 쓴 종이 하나가

뒷마당 유난히도 붉은 우듬지에서 펄럭일 때

아픈 허리는 우물가에 앉아

통증도 잊은 채 커다란 가마솥을 닦았다

 

할머니가 마지막 가시는 아빠 옷 속에

슬쩍 밀어 넣은 편지 한통

‘자네가 이 병마 가져가게나’

 

목련나무에 새긴 간절한 소망들이

할머니의 어깨 위로 떨어져 내렸다

떨고 계신 가슴 위로

하얀 목련꽃 한 송이가 지고 있었다

 

시집『목련꽃 지던 날』2015. 시산맥사

 

김은우 시인

 

강원도 동해에서 출생

2004년『문학세계』로 등단

시집『길』『목련꽃 지던 날』

2014년 부산시단 작가상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