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마지막 이파리 지다 임 현 숙 창밖 미루나무 마지막 이파리 뚝 지던 날 비가 내렸다 나무는 이별이 서러워 주룩주룩 울었다 다 비우고 남은 한 잎만은 화석으로 함께 늙어가기를 언약했건만 붉디붉게 익고 나면 이글거리던 불꽃 사그라지듯 지고 만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떨어진 자리 상처 아물고 새봄이 온들 다시는 움트지 않을 삭정이 빗방울이 모질게 파고들었다 오직 한 잎 바람 되던 날 나무는 오래도록 비에 젖었다. -림(201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