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디딤돌 임현숙 거미 한 마리 욕조를 기어오르다 자꾸 미끄러진다 엄지손톱만 한 몸통에 긴 발가락으로 헛발질이다 내려온 줄 타고 오르면 될 텐데 목욕하는 사이 나무꾼이 거미줄을 숨겼다 와릉와릉 숨소리 천정을 울리건만 잔인한 나는 하수구로 흘려보내고 만다 아차! 디딤돌을 놓아줄 걸 가장의 멍에를 멘 수거미도 줄 끊긴 빙벽을 맨손으로 오르고 있지 않은가. 2013.07.26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