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을 만날까 봐
임현숙
안마당 작은 사과나무에
아기 사과가 포도송이처럼 열렸다
빠알갛게 물든 사과를 보며
곰이 올 것 같은 생각에 덜컥 겁이 난다
깊은 산 속에서나 있어야 할 곰이
불청객으로 드나드는 건
산자락 동네에선
길 잃은 강아지를 보는 것보다 쉬운 일,
이야기 나라 곰은 '푸우'처럼 순박하고 귀여우나
사람 사는 밴쿠버에선 귀신보다 무시무시하니
저렇게 먹음직스런 사과 향기가
허기진 곰에게 닿는다면
언제 새끼를 앞세워 안마당을 노략질할지 모른다
붉고 달콤하기만 하던 삶에
불쑥 덮쳐온 시련처럼.
2013.07.22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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