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달력은 말없이 이야기한다

라포엠(bluenamok) 2011. 12. 2. 03:42

 

 

 


 

 


달력은 말없이 이야기한다

                         /안개비 임현숙

 

 

 

세상은

밤보다 짙은 안갯속에 묻혀 조용하고

하얀 벽 위에는

12라는 숫자 하나가 목매달려

거친 숨을 몰아쉰다

 

한 장씩 떨어져 나가던 시간이

어제와 똑같이 줄지어 있는데

유독 12라는 큰 글자가 눈을 찌르며

다가와 조곤조곤 이야기를 한다

 

5일은 공과금 결제일

14일은 막내 오는 날

15일은 면사포 쓰던 날

25일은 성탄절

그리고

기억해야 할 잔잔한 일들을 종알댄다

 

31일까지 몰아붙일 12월이

어서 숨지기를 기다리며

나의 달력은

2012년 정월에 미리 가 있다.

 

 

            Dec.01,2011 Lim

 

 

 

'나목의 글밭 > 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산에 눈이 내리면  (0) 2011.12.08
항아리에 담긴 그리움  (0) 2011.12.03
내 그리움은  (0) 2011.11.30
누가 먼저 아침을 깨울까  (0) 2011.11.30
이제는 잠에서 깨어날 때  (0) 2011.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