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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에 밥 딜런…'가수 최초로 수상'

라포엠(bluenamok) 2016. 10. 15. 00:29

노벨문학상에 밥 딜런…'가수 최초로 수상'

           <한국일보> 2016. 10. 13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75)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스웨덴 한림원이 13일 발표했다.

 

대중음악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기는 이 상 제정 116년 역사상 처음이다.

한림원은 이날 “밥 딜런이 위대한 미국 음악사 가운데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딜런은 비트 제너레이션의 초기 작가들과 모더니스트 시인들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사회적 조건, 종교, 정치, 사랑 같은 주제들을 다룬 수많은 앨범을 발표했고, 그의 노랫말은 지속적으로 서정시 분야에서 서적으로 출판돼 왔다”며 “배우, 화가, 극작가 등 예술가로서 다방면에 눈에 띄는 활동을 벌였다”고 덧붙였다.

 

딜런은 미국 미네소타주 철광 도시에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뒤 전미를 떠돌아다니며 포크송을 부르다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서 자작곡으로 직업적인 공연을 시작했다. 1962~64년 앨범 ‘The Freewheelin’ Bob Dylan’ 등이 인기를 끌며 이름을 알렸고 여기에 실린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더 타임스 데이 알 어 체인지인(The Times They Are a-Changin)’은 각각 반전운동과 흑인 민권운동의 주제가가 되었다.

 

반 세기 이상 상상력과 에너지로 자신의 언어를 재창조해온 탁월한 언어의 대가이자 미국 대중음악의 위대한 음유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1억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렸으며, 갤러리 전시와 6권의 드로잉 책을 낸 화가이기도 하다. 이 같은 업적으로 2008년 퓰리처상 특별상을 받았다. 딜런은 서정적이면서도 탁월한 시적 힘을 지닌 그의 노랫말이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한다는 노벨문학상 기준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래 전부터 후보로 거론됐다. 딜런 스스로도 “나 자신 먼저 시인이고, 그 다음 음악인”이라고 말해왔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음유시인으로 평가받는 밥 딜런이 13일(현지시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지난 2012년 7월 22일 딜런이 프랑스 카레에서 공연하던 당시의 모습. AP 뉴시스

 

노벨상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원)이며,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이에 이어 이날 문학상까지 발표되면서 올해 노벨상의 주인이 모두 가려졌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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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전세계 외신들의 반응과 평가도 갈리고 있다. 신선하고 충격적이라는 대체적 반응 속에 스웨덴 한림원의 파격적 선택이 너무 나갔다는 논란도 번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딜런이 노벨상을 받아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는 환상적인 음악인이고 세계적인 작곡가이며 미국 문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지만 그가 위대한 것은 음악인이기 때문”이라며 한림원의 결정을 정면 비판했다.

 

NYT는 특히 세계적으로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을 언급하면서 “노벨상은 도서 판매량과 독서율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런 기회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림원이 문학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문학에서 큰 혁신을 추구한 작가, 혹은 개발도상국의 작가를 수상자로 선택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AFP통신과 지지통신도 ‘충격’ ‘당혹’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AFP는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아슐린의 발언을 인용 “이번 결정은 작가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나도 딜런을 좋아하지만 그의 (문학) 작품은 어디에 있느냐”고 보도했다. 바티칸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딜런의 노랫말은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지만 그는 (작가가 아닌) 송라이터”라면서 “이번 결정이 필립 로스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진정한 작가들에게는 반갑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딜런의 모국인 미국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그간 노벨상은 전형적인 소설가, 희극작가, 시인, 수필작가에게만 수여됐다”며 “딜런의 수상은 주목할만한 일”이라고 평가했고, USA투데이도 “뮤지션으로 알려진 사람에게 문학상이 돌아간 건 처음”이라고 했다. CNN방송은 잡지 ‘뉴 리퍼블릭’이 지난 6일 ‘누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까? 밥 딜런은 확실히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언급하며 “놀라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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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노벨문학상 "문학은 어떤 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가"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노래로 시를 읊는 미국의 포크 가수이자 음유시인 밥 딜런(75)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대중 음악의 경지를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린 사건 아닌 사건이다.  

밥 딜런을 잘 알고 그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음악계 인사들은 딜런의 시적인 가사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큼 뛰어나다고 평가하며, 이번 수상이 문학과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패러다임의 혁명을 보여줬다고 환영했다.

문학계에서는 대체로 밥 딜런이라는 뜻밖의 수상자가 나오자 물음표를 던지면서도 문학의 지평을 넓히려는 노벨위원회의 시도를 인정하고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문인들은 노벨문학상이 여러 문학상 중 하나일 뿐임을 지적하며, 세계적으로 밥 딜런 못지않게 훌륭한 작가가 많은 만큼 이번 노벨위원회의 결정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경계했다. 

◇ 음악계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노랫말이 문학의 장르로"

밥 딜런은 한국 대중음악계에도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한대수, 김민기, 양희은 등 포크 가수들이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는 씨앗을 뿌렸다.  

한국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는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이다. 노벨문학상은 작가 중에 거장이 돼야 받는 보통 상이 아니지 않나. 문학상을 대중음악가가 받은 것은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밥 딜런의 가사는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고독 등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사랑 노래도 많지만 ‘저스트 라이크 어 우먼’(Just Like A Woman)을 들으면 단순히 ‘아이 러브 유, 유 러브 미’가 아니라 시적이었다. ‘아이 원트 투 홀드 유어 핸드’(I Want To Hold Your Hand·당신의 손을 잡고 싶다)라는 사랑 노래를 만든 비틀스도 밥 딜런을 만난 뒤 후기 음악 가사가 좋아졌다. 밥 딜런 이후 록밴드들이 가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으니 그런 의미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큼의 영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밥 딜런이 상을 받은 데는 로큰롤 음악을 하면서 드물게 75세까지 생존했고, 비교적 마약 등 사생활의 스캔들이 없었으며, 자녀들도 잘 키웠다. 그런 로커에 대한 존경심도 더해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시 포크 가수들에게 영향을 줬는데 영어 시가 어렵다 보니 대중에게 파고들진 못했다"며 "밥 딜런의 가사는 매우 미국적인 냄새가 나 쉽지 않다. 한때 라디오 DJ를 10년 넘게 했는데 밥 딜런의 신청곡은 별로 없었다. 거칠고 발음 안 좋은 목소리로 토해내는 영어 시가 한국 정서에는 안 맞았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밥 딜런의 음악 중 수작이라 생각하는 곡으로는 ‘새드 아이드 레이디 오브 더 로랜즈’(Sad Eyed Lady of the Lowlands)와 ‘저스트 라이크 어 우먼’을 꼽았다.

그러나 그는 30년 전 미국 롱아일랜드에서 본 밥 딜런의 공연을 떠올리며 "사실 성의가 없어 실망했다. 수년 전 한국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국 포크 가수의 대명사인 양희은은 "밥 딜런의 노래는 어떠한 문학작품보다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모두 함께 들으며, 마음 모아 따라 부르며, 수억 명의 젊은이가 같이 낭송했다"며 밥 딜런의 수상을 환영했다.

이어 "귀로 듣는 시를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선물한 그에게 노벨문학상이 주어졌다. 스웨덴 한림원의 열린 생각이 부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딜런과 함께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60년대 후반에 들었던 그의 노래는 마음에 그냥 쏙 들어왔다. 훅훅 집어 던지는 듯한 노랫말과 기타, 뭔가 기성의 것이 다 성에 안 찼던 젊은이들에게 대변자로 다가왔다. 그의 가사를 이해하려고 영어 단어도 찾아가며 따라불렀고 그를 보며 꼭 기타를 배우리라 결심했다. 그로 인해 우리 통기타 부대가 태동했다"고 돌아봤다.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 교수인 싱어송라이터이자 권진원도 "서정적 저항의 언어로 천국의 문을 두드린(Knockin‘ on Heaven’s Door) 경이로운 뮤지션 밥 딜런이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며 "문학은 지금껏 시와 소설에 정통성이 있다고 여겼는데 이제 노랫말이 문학의 하나의 장르가 됐다. 음악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 문학계 "아주 의외, 문학 영역 넓히는 의미 있는 시도"

문학계에서는 의아해하는 반응이 많다. 

문학평론가인 연세대 국문과 정과리 교수는 "노벨상도 일종의 이벤트여서 낡은 것을 계속 유지할 순 없고 그러다 보니 영역이 확대될 거란 예측이 있었다"며 "그러나 밥 딜런이 진짜 받을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이어 "밥 딜런 노래가 워낙 좋으니 시로 인정받을 만하다"면서도 "노벨상이라는 것은 노벨위원회가 주는 것이고 노벨은 대기업을 일군 사람이니 근본적으로는 사설 단체에서 주는 상이다. 그것이 절대적인 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위대한 작가 중에 못 받은 사람도 많으니 그 의미를 크게 생각할 건 아니다. 결국 남는 건 글이고, 100년 후에 안 읽히면 끝난 거다. 노벨문학상 1회 수상자가 누군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시인이자 문학동네 출판그룹 계열사인 ‘난다’의 김민정 대표 역시 "밥 딜런의 노래 가사가 시 같다고 말해왔지만, 문학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시를 쓰는 사람이 많다고도 할 수 있어서 놀랐다. 문학적 완성도를 봤을 때 탈 만한 작가가 많은데, 이런 결정이 나온 게 낯설더라. 노벨문학상이 이렇게 몸을 틀면 받을 사람이 너무 많아지고 넓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반면 문인들이 문학의 본질을 돌아보고 고답적인 위치에서 내려와 대중음악처럼 독자와 소통을 넓히려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건설적인 의견도 많다.

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아주 의외이긴 하지만,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고 본다. 작년에도 비주류에 속하는 저작활동을 해온 논픽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줬는데, 이번에 다시 밥 딜런에게 줬다. 통념화된 문학의 범주, 문학이란 무엇이냐 하는 질문을 세계인에게 던지면서 문학이 어떤 식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다"고 평했다. 

이어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가 거론되는 걸 보면서 스웨덴 한림원이 하루키가 ‘해변의 카프카’ 등에서 보여준,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한 애매모호한 기술에 관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역시 노벨문학상은 중국의 저항문학가인 가오싱젠이나 옐리네크처럼 여성 문제를 다룬 작가에 이어 평화와 반전의 음유시인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문학과지성사 주일우 대표 역시 "이런 식으로 문학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시도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이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고, 이 상을 개인의 영예를 넘어 시가 가진 음악성 같은 것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인이기도 한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상무는 "문학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고정적 관념과 역할보다 독자, 대중과의 공감을 중요시한 결정이라고 본다. 아무리 텍스트가 고고하다고 해도 독자가 선택을 안 하면 의미가 없다. 밥 딜런이 수상자로 적임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 논쟁보다는 기존의 문학적 전통에 충격을 주는 사안인 만큼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