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그 추석이 그립구나 임 현 숙 그 추석에는 언니 오빠 형부 시누이 다 모여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상을 물리고 나면 고스톱판이 벌어지곤 했다 슬쩍 잃어주며 흥을 돋우는 남편 서로 잘 못 친다고 탓하는 오빠와 형부 그 틈에서 "고"를 외치며 깔깔거리던 나 뒷손이 착착 잘 붙는 시누이 추석은 사돈 간에 격 없이 마주앉는 한마당이었다 어쩌다 머나먼 이국땅에 뚝 떨어져 노른자 같은 보름달 맨숭맨숭 바라보니 그 추석이 그리워 시리구나 잔소리쟁이 언니 막내 요리는 눈이 즐겁다며 맛있게 드시던 울 큰오빠 그림처럼 앉아 받기만 하던 얄미운 시누이도 기억 속에서 고대로인데 언젠가 다시 올 추석에는 화투패 들고 둘러앉은 오빠 자리 비었으니 그 추석이 아리아리하게 그립겠구나. -림(201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