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겨울비에 베이다

라포엠(bluenamok) 2025. 1. 11. 04:40

 

 

겨울비에 베이다 

 

임현숙

 

 

하늘도 땅도 물바다

댓살 같은 겨울비 

어느 휠체어 바퀴에 처덕거리다가

내 무릎에 와 가시로 박힌다

 

기울은 세월의 미운 짓

가슴 저며오는 한기

 

언제였던가 겨울비가 마음 데우던 시절

우산 안에서 더 가까워지던 우리

비보라 칠수록 더운 김 오르고 

첨벙거리며 달려도 짱짱하던 무르팍이여

 

그날처럼 우산을 펴 들었지만

빗방울 둥근 칼날 가슴에 붉은 길을 낸다

 

빗소리는 미안하다 하고

성난 무릎

따스한 기억에 기대어

구들목 찾아 터덜거리는데 

건널목이 십 리 길인 듯

 

푸른 신호 깜박깜박

빗줄기 쫓아오며 신들린 칼춤을 추어대고.

 

 

-림(20241215)

 

https://www.youtube.com/watch?v=t6FjZUKG5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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