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더 깊은 울림으로 안개비 임현숙 간밤에 비가 내린 호숫가엔 나무들이 옷을 벗고 있다 강태공의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가 파르르 비늘을 떨어내듯 나무들도 낙엽을 털어내며 그렇게 가을이 깊어간다 내 몸에서도 비늘이 떨어지고 있다 떫은 미련, 부질없는 욕망… 떨어지는 것은 슬프나 내가 죽어 너를 일으키는 일이다 거름이 되어 다시 살아나는 일이다 산과 들에 포만한 환희와 끝 모를 외로움의 더 깊은 가을 속에 발을 디딘다 손이 시려 따뜻한 호주머니가 그리워 그의 코트 깃을 열고 와락 안기고 싶다 가을은 들어갈수록 어둡고 시린 깊은 동굴이어서 그대도 나도 촛불을 밝혔다 촛불에 어른거리는 그대 눈빛이 흔들린다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 천둥 치는 더 깊은 울림으로 들어가자 그 동굴에도 바람은 인다. 2011.10.31 림
* 묵은 글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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