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외롭지 않은 영혼 있으랴
안개비 임현숙
이 가을
외롭지 않은 영혼 있으랴
낙엽 지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지는 밤
어둠은
몽유병처럼 마음을 내몰아
앙상한 날개 퍼덕이며
내 어머니의 나라로
머나먼 여행을 하곤 한다
외진 곳에 어머니를 묻던 날
내 생에 슬픔과 불행도 봉인했지만
외로움은
어쩌지 못했나 보다
아픔보다 더 모진 고문은
낙엽 위에 내리는
가을비 같은 외로움이다
실바람 소리
빈 마음을 에우는 밤
깨어있던 사람은 안다
발가락 끝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 온몸을 휘감고
영혼까지 탐내는 흡혈귀가
고독이란 것을.
2012.10.17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