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가을날

라포엠(bluenamok) 2024. 9. 17. 01:10

가을날

 

임현숙  

 

 

하늘빛 깊어져

가로수 이파리 물들어가면

심연에 묻힌 것들이

명치끝에서 치오른다

단풍빛 눈빛이며

뒤돌아 선 가랑잎 사람

말씨 곱던 그녀랑

두레박으로 퍼올리고 싶다

다시 만난다면

봄날처럼 웃을 수 있을까

가을은 촉수를 흔들며 사냥감을 찾고

나무 빛깔에 스며들며

덜컥 가을의 포로가 되고 만다

냄비에선 김치찌개가 보글거리고

달님도 창문 안을 기웃거리는데.  

 

-림(20230930)

 

https://www.youtube.com/watch?v=bJQ68cLW0CY&t=2s

 

'나목의 글밭 > 시2·다시 부르는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꽃  (0) 2024.09.28
알 수 없음  (1) 2024.09.24
쓸쓸  (0) 2024.09.11
모란  (0) 2024.09.07
주름살  (0)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