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의 연인이여
안개비 임현숙
인생의 노을 길에서 만난 詩
간절할수록 멀어지고
가시밭을 뒹구는 고통으로
밤을 새우고 싶지는 않았다
햇귀*가 아침을 깨우는 시각부터
서편 하늘 노을이 잠들 때까지
어찌 살았는지
내 사랑 잘 계시는지
얼마나 그대를 그리워하는지
때로는 해처럼 빛나는 사랑을
달처럼 그윽한 미소를
별처럼 아득한 그리움을
남몰래 애태우며
그렇게 詩를 그리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보름달이 되고 싶은 초승달처럼
욕심이 자라간다
이제 겨우 한 껍질 벗겨 냈을 뿐
벗겨 내도 속이 안 보이는 양파 같은 너
널 정복하고 싶다
눈이 아리고 손끝이 부풀어도
네 옷을 다 벗겨 알몸을 안고 싶구나
비로소 절정에 이르는 날
숨이 멎어도 좋겠다.
Feb.24,2012 Lim
*햇귀:사방으로 뻗친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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