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출근길에 비는 내리고

라포엠(bluenamok) 2011. 3. 16. 10:22

 

출근길에 비는 내리고

                            안개비/임현숙

 

어김없이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이른 아침 어둑어둑한 출근길

내 차 앞에는 빨간 등불이

뒤에는 하얀 등불이

열 지어 마치 날 호위하는 듯.

 

빗속을 일렬로 가는 등불을 보니 

삶은 밤을 하얀 무명실에 꿰어

목걸이 마냥 매듭지어 하나씩 빼 먹던

어렸을 적 소풍날의 아련한 기억에

소꿉 친구 얼굴 하나가 아른거린다.

 

학교 가기 싫어

농땡이를 피우는 아이처럼 

오롯한 출근 행렬에서 벗어나

비 오는 거리를  질주하고 싶다

음악을 들으며 옛 생각에 젖어.

 

그런 이 마음이 사치라는 듯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하늘에

부지런한 새무리가 열 지어 날고 있다.

 

   Mar.15,2011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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