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손의 흔적 - 마종기

라포엠(bluenamok) 2016. 10. 24. 23:24


        손의 흔적 - 마종기 조국이란 게 산도 들도 아니고 손 시린 사람들이란 것을 나는 너무 늦은 나이에 알게 되었어.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주춤거리며 부여잡고 살았던 흔적이 모두 핏자국이네. 그 핏자국의 겨울 추위가 몇 겹으로 굽히지 않았던 내 옛집을 얼려버려도 가난한 주문들은 결국 이루어질 거야. 눈물과 서러운 사연을 다 날려 보내고 네 손을 잡는 순간에 살아날 거야. 그거야,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상에서는 꽃의 나머지가 피어나고 온기를 기다리는 저녁이나 밤중, 언젠가 헤어져 남남이 되기 전 내가 다가가 손을 잡을게. 작고 부드러운 손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 맞아, 이거였어. 따뜻한, 내가 아직 이 나라를 그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