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봇짐장수

라포엠(bluenamok) 2017. 6. 24. 13:13


      봇짐장수 임 현 숙 티브이에서 삶이 천형인 듯한 사람을 보며 나는 울었다 기역으로 꺾인 허리, 변형된 발로 하루 열 시간 걸어 생선을 판다 뒤로 넘어져 허리뼈가 부러졌는데 돈 없어 치료를 못 해 활처럼 휜 등 가난이 아픔보다 더 무서워 발품을 판다는 고희 넘은 할머니 온종일 힘겹게 생선 판 돈 이만 팔천 원 삶이 가여워서 울었다 누군가 점심을 주면 터질 듯 배부르고 굶을 땐 한 없이 굶는단다 자식들에게도 가난을 물려주어 미안하다며 이다음에 자식 신세는 지지 말아야 하겠노라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생선 봇짐을 지겠다고 듬성듬성한 이 드러내며 하회탈처럼 웃는다 고달프다 여길 때 저 사람을 떠올려보라 몸은 지옥 길에 뒹굴어도 마음은 꽃길을 걷는 천사 같은 사람 나는 저이보다 젊고 허리도 꼿꼿하고 발도 튼튼하고 일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이 길은 꽃길 나는 흠뻑 울었다 너무너무 감사해서. 2017.06.23.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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