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멜빵 치마

라포엠(bluenamok) 2013. 1. 31. 04:30

Donald Zolan oil painting of children

          멜빵 치마 임현숙 무릎 아래 반 뼘 정도 내려오던 체크무늬 멜빵 치마 물려 줄 동생도 없고 쑥쑥 자라는 키 때문에 내 유년의 옷은 늘 무릎 아래 길이었다 똑같은 옷을 입은 친구는 살짝 보이는 허벅지가 앙증스러운데 치렁한 내 치마는 수녀처럼 다소곳했다 엄마도 예쁘게 입히고 싶었겠지만 우후죽순 같은 날 감당하기 버거워 치맛단도 깊숙이 박아놓았다 멜빵을 달아놓은 건 두꺼워질 허리통을 위한 배려였겠다 아마도 엄마는 내 폭풍 성장과 전쟁 중이었을 거다 하지만 내 기억의 파노라마엔 다음 해에 그 옷을 입은 장면이 없다 키보다 앞서 간 안목이 수녀 옷을 거부했는지 모른다 딸 아이가 교복 치마를 돌돌 걷어 올릴 때마다 볼 멘 소리를 하면서도 유년의 멜빵 치마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멜빵이 달려있다면 어떻게 할까. 2013.01.30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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