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당신의 집에 묵어가도 될까요

라포엠(bluenamok) 2017. 9. 15. 23:18
        당신의 집에 묵어가도 될까요 임 현 숙 가을, 당신의 집에 묵어가도 될까요 마당쇠 바람이 선들선들하니 살갑고요 국화향 가득한 정원도 아름다워요 사랑채 앞 감나무가 휘어질 듯 주먹 감이 열리고 커다란 곳간엔 거미줄도 황금빛인 풍요로운 당신 집에서 무전취식을 한들 폐가 되진 않겠지요 여름에 철없이 피어 슬프도록 한들거리던 코스모스도 당신의 정원에선 화색이 돕니다 툇마루에 앉아 지켜보는 낙엽이 서글퍼도 달빛 아래서 바람과 도란거리며 마시는 차 한 잔에 마음이 달뜨니 당신의 집에서는 부싯돌도 켜면 안 되겠어요 밤 깊어 대나무 숲 바스락거리는 소리 들리면 모른 체 하세요 내 비밀의 화원 이야기 옹알이하는 소리니 마당쇠 바람이나 꽉 붙들어 매 주세요 행여 동네방네 나불댈까 염려됩니다 조금은 서글프고 조금은 설레고 추억의 서랍이 덜커덕거려도 가을, 아름다운 당신의 집에 오래오래 머물고 싶답니다. -림(20121003)


'나목의 글밭 > 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아침에  (0) 2017.09.22
가을엔 마음의 창을 열어요  (0) 2017.09.20
가을 사랑  (0) 2017.09.15
그 무엇이라도 좋으리  (0) 2017.09.12
또 한 번의 생일에  (0) 2017.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