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냄새

라포엠(bluenamok) 2014. 8. 16. 06:24

      냄새 임 현 숙 돼지 등뼈를 우려낸 국물로 감자탕을 끓인다 시래기 대신 푸른 나물을 넣어 나만의 비법으로 양념해 들깻가루와 들깻잎을 수북이 덮어 한소끔 더 끓이니 고향 집 냄새가 폴폴 입맛 다시게 한다 때마침 날이 흐리고 내 손맛에 길든 아이들은 커다란 전골냄비 바닥을 긁으며 쩝쩝거릴 것이다 외출에서 돌아오니 역시나 그 큰 냄비가 비어있다 외국인 사위의 반응이 궁금해 물어보니 들깻잎 냄새가 싫어 샌드위치를 먹었다 한다 사위가 젓갈 냄새를 싫어하는 건 알지만, 음식을 가려먹지 않기에 이 냄새를 그토록 싫어할 줄은 몰랐다 환풍기를 틀고 온 집안 창문을 열어젖히고도 밖으로 선풍기를 틀어대니 마치 내 정수리 냄새를 들킨 것처럼 민망하다 사람도 오래되면 비릿한 쉰 냄새가 나던데 이담에 이담에 들깻잎처럼 외면당하는 건 아닐는지. -림 20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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