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은
임 현 숙
오르막과 내리막이 나란히 달리는 길섶
삼층집 천정이 경사진 방에서 반백의 소녀가 봄을 가꾼다
높은 창 너머로 밤하늘과 소곤거리며 꿈을 그리다가
찾기만 할 수 있는 생명 통장에서
하루를 꺼내는 아침이 뻐근하다
행복 찾아 오십여 계단을 어렵사리 오르고 나니
삐끗하고 쩔뚝이던 계단도 행복이었다
이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데
부디 이 내리막이 저 아스팔트 길 아닌
층층 계단이었으면 좋겠다
무릎 관절 악악거려도
한 단 한 단 새김질하며 세월의 각을 잡고
봄나물도 캐고 잠자리 날개옷도 걸쳐 보고
새삼스레
뾰족구두 빨간 입술로 웃음도 날려보고
나 홀로 여행도 해보고 싶다
생명 잔액 바닥날 때까지
삶의 올가미 벗고 훠얼훨 나비가 될 수 없을까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자동차 꼬리가 빨갛게 비웃고 달아난다.
-림(20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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