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낙엽이 지는 것은

라포엠(bluenamok) 2012. 9. 17. 11:43



 
            
            
            낙엽이 지는 것은
                           안개비 임현숙
            무한한 시간 속에서 
            잠깐 다녀가는 인생
            욕심도 미련도 가지지 말아야지
            서 있던 자리에서 밀려나는 느낌은
            장대비 속에 홀로 선 것 같지만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중심에서 내려서는 것인데
            여름이 가을에 자리를 내어주듯
            자연스레 떠날 때를 알아 
            스스로 물러남이 현명한 거야
            푸르던 시절을 돌아보니 
            아득한 옛일 같고
            곳간 열쇠 꾸러미 꼭 쥐고 앉아 
            며느리 호령하던 
            시어머니의 마음을 알 듯하구나
            새 이파리 돋아나는 데
            바랜 잎이 매달려있는 나무는 
            아름답지 못하지
            언젠간 겪어야 할 아픔이 
            조금 빨리 왔을 뿐이야
            낙엽이 스스로 지는 것은 
            나무에 새 옷을 입히기 위함이잖니?
            2012.09.16 림
            
            

          '나목의 글밭 > 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가위 즈음  (0) 2012.09.26
          가을의 이름  (0) 2012.09.22
          낡은 그리움을 깁다  (0) 2012.09.10
          고독  (0) 2012.09.06
          그 무엇이라도 좋으리  (0) 201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