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수건 - 어머니학교 4
이정록
고추밭에 다녀오다가
매운 눈 닦으려고 냇가에 쪼그려 앉았는데
몸체 보시한 나비 날개, 그 하얀 꽃잎이 살랑살랑 떠내려가더라.
물속에 그늘 한 점 너울너울 춤추며 가더라.
졸졸졸 상엿소리도 아름답더라.
맵게 살아봐야겠다고 싸돌아다니지 마라.
그늘 한 점이 꽃잎이고 꽃잎 한 점이 날개려니
그럭저럭, 물 밖 햇살이나 우러르며 흘러가거라.
땀에 전 머릿수건 냇물에 띄우니 이만한 꽃그늘이 없지 싶더라.
그늘 한 점 데리고 가는 게 인생이지 싶더라.
사랑 - 어머니학교 29
이정록
편애가 진짜 사랑이여.
논바닥에 비료 뿌릴 때에도
검지와 장지를 풀었다 조였다
못난 벼 포기에다 거름을 더 주지.
그래야 고른 들판이 되걸랑.
병충해도 움푹 꺼진 자리로 회오리치고
비바람도 의젓잖은 곳에다가 둥지를 틀지.
가지치기나 솎어내기도 같은 이치여.
담뿍 사랑을 쏟아부을 때
손가락 까닥거리는 건 절대 들키면 안 되어.
풀 한 포기도 존심 하나로 벼랑을 버티는 거여.
젖은 눈으로 빤히 지릅떠보며
혀를 차는 게 그중 나쁜 짓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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