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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수건 - 어머니학교 4/이정록

라포엠(bluenamok) 2014. 7. 11. 00:17

 

 

 

 

나비수건 - 어머니학교 4

 

이정록

 

 

고추밭에 다녀오다가

매운 눈 닦으려고 냇가에 쪼그려 앉았는데

몸체 보시한 나비 날개, 그 하얀 꽃잎이 살랑살랑 떠내려가더라.

물속에 그늘 한 점 너울너울 춤추며 가더라.

졸졸졸 상엿소리도 아름답더라.

맵게 살아봐야겠다고 싸돌아다니지 마라.

그늘 한 점이 꽃잎이고 꽃잎 한 점이 날개려니

그럭저럭, 물 밖 햇살이나 우러르며 흘러가거라.

땀에 전 머릿수건 냇물에 띄우니 이만한 꽃그늘이 없지 싶더라.

그늘 한 점 데리고 가는 게 인생이지 싶더라.

 

 

 

 

사랑 - 어머니학교 29

 

이정록

 

 

 

편애가 진짜 사랑이여.

논바닥에 비료 뿌릴 때에도

검지와 장지를 풀었다 조였다

못난 벼 포기에다 거름을 더 주지.

그래야 고른 들판이 되걸랑.

병충해도 움푹 꺼진 자리로 회오리치고

비바람도 의젓잖은 곳에다가 둥지를 틀지.

가지치기나 솎어내기도 같은 이치여.

담뿍 사랑을 쏟아부을 때

손가락 까닥거리는 건 절대 들키면 안 되어.

풀 한 포기도 존심 하나로 벼랑을 버티는 거여.

젖은 눈으로 빤히 지릅떠보며

혀를 차는 게 그중 나쁜 짓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