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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구두 한 짝-이진수

라포엠(bluenamok) 2014. 7. 22. 13:24

 

 

 

구두 한 짝-이진수

 

 



비 맞고 있다
개나리 덤불 후미진 데
버려진 구두 한 짝,
발이 아닌 흙덩이를 신었다
어디서 어떻게 기막히게 알았는지
어린 채송화가 와 뿌리내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의 추억과
냄새가 눈시울을 흔들어 놓기도 했지만
끈 떨어지고 뒤축 닳은 뒤에도
세상 넓어 누울 곳 남았는지
채송화 거처로서 별 불평 없다
사실, 사람이 신지 않으면
구두는 아무도 밟지 않는다
사람만이 구두를 신고 무언가 짓밟는다
그럴 때마다 구두는 허리끈 풀며
가까스로 발벗는 꿈에 젖었었다
다시 사람 꿈을 이제 꾸지 않아도 되는
오래된 구두 한 짝, 그 채송화네
집 처마 끝으로 빗방울 소리
수런수런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