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한 짝-이진수
비 맞고 있다
개나리 덤불 후미진 데
버려진 구두 한 짝,
발이 아닌 흙덩이를 신었다
어디서 어떻게 기막히게 알았는지
어린 채송화가 와 뿌리내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의 추억과
냄새가 눈시울을 흔들어 놓기도 했지만
끈 떨어지고 뒤축 닳은 뒤에도
세상 넓어 누울 곳 남았는지
채송화 거처로서 별 불평 없다
사실, 사람이 신지 않으면
구두는 아무도 밟지 않는다
사람만이 구두를 신고 무언가 짓밟는다
그럴 때마다 구두는 허리끈 풀며
가까스로 발벗는 꿈에 젖었었다
다시 사람 꿈을 이제 꾸지 않아도 되는
오래된 구두 한 짝, 그 채송화네
집 처마 끝으로 빗방울 소리
수런수런 내리고 있다.
'시인의 향기 > 영혼의 비타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빠가 되고 싶다/ 임보 (0) | 2014.08.06 |
---|---|
곰보 누이/광토 김인선 (0) | 2014.08.03 |
구두 수선공 - 최일걸 (0) | 2014.07.20 |
얼굴반찬 -공광규 (0) | 2014.07.20 |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다-이외수 (0) | 2014.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