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을 거두고 나면
임 현 숙
팔팔 끓는 물에
소고기를 넣으면
거품이 이글거리기 시작한다
말끔히 걷어내고
무를 넣어 진하게 우려내면
맛깔스러운 국이 된다
고난이라는 열탕에 빠져
발버둥치며 하늘을 탓했는데
내 안에서 녹아 나온 거품이 부글거릴수록
맑아지는 시선과 생각
물욕이 얼마나 어리석은 거품인지
깨우치라고
험한 산을 넘게도
불바다에 빠지게도 하셨구나
거품을 바닥까지 토해내고 나니
소태맛처럼 쓴 삶의 맛이
꿀처럼 달다.
-림(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