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따라
임현숙
초록이 무성한 여름을 지나
쓸쓸함이 옛정을 깨우는
가을길에서 너는 내게 왔다
사이에 기찻길을 두고
저편은 너의 세상
이편 나의 세상에서
한 점이 될 수 없는
이 간격이 몽글하기만 하다
때로는 꿈에 젖어
침목 수를 헤아리듯 걷는 하룻길
눈꽃 송이 함박 피어날 때면
두 손 꼭 잡은 눈사람으로
겨울이 길어지기를 바라며
맹랑한 눈웃음만 떨군다
황혼을 바라보며 걷는 이 기찻길
기차가 지나쳐버린 어느 간이역에서도
봄처럼 피어나진 못하겠지만
맥박이 살아 뛰는 나란한 이 길
내일도
나는 걸으리.
-림(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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