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가을의 편지 임 현 숙 가을이 편지를 보내옵니다 낙엽 갈피에 갈바람으로 꾹꾹 눌러쓴 자국마다 어느 가을날의 추억이 도드라집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찢으며 돌아서던 날 단풍은 서럽게 붉었고 연민이 발뒤꿈치를 부여잡았습니다 사랑은 지독한 열병이라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지만 도무지 열리지 않던 내 연모의 빗장은 안녕을 고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소식 알 길 없어도 밝은 곳에서 선한 눈빛으로 가을 편지를 읽고 있을 것입니다 가을이 보내온 편지는 아픈 추억은 늙지 않고 다만 커피처럼 식어갈 뿐이라며 차디찬 기억의 불씨를 지핍니다 그 가을의 깊은 우수를….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