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임현숙 비는 풀잎의 무릎을 꺾어뜨리며 쏟아지고 조금만을 기다리던 바람의 살갗에 번민의 질긴 뿌리가 자라났다 냉철한 가위로 순을 잘라도 번민은 자른 단면마다 새순을 틔워마침내 깊고 어두운 숲을 이루고 그 숲은 기댈 ‘조금만’을 향해굶주린 사자처럼 달려든다조금만은 고등어 비린내가 무에 스며드는 시간 뜨거운 커피가 식어버리는 시간 다음 버스가 오는 시간 ㅡ 여러 얼굴로 다가오지만 끝내 하나의 마침표로 닫히는 약속이다 그러나 나의 조금만은천만 번의 내일이 밀려와도추측만 남긴 생략표처럼허공만 점멸한다 희미한 기대에 뼈만 남은 하루는그 미완의 약속을 으깨며발바닥 깊숙이말발굽 같은 징을 박아넣는다 오늘은 번민의 숲을 건너하루를 오롯이 땀방울로 적셔야겠다 조금만은사막 저 편에서 손짓하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