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시 짓는 김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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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는

이슬비는 임현숙                     봄을 머금은 이슬비는 아기 숨소리보다 조용히세상을 어루만집니다 보드라운 손길로민들레 얼굴을 씻기고가로수 조막손 살며시 펴게 합니다 늦잠 자는 꽃망울가만가만 깨우며서두르지도성내지도 투덜거리지도 않습니다 풍경을 부둥켜안는 이슬비는 괜찮다 괜찮다 다독이시던어머니의 속울음입니다. -림(20250304) https://www.youtube.com/watch?v=8Td5h4OhK7g

사랑道 그리우面 얼음里

사랑道 그리우面 얼음里 임현숙                     사랑道 오늘 날씨는 흐림냉소 깃든 하늘이진눈깨비를 퍼부어도 슬프지 않아 내 안에 가득한 그리움의 잔영고운 향기 그리우面  눈물이 날까 봐추억마저 지웠지 해와 달의 거리만큼 멀리 있어도마음에 길이 있어 오가던 인연들이제는 끊겨버린 다리 앞에얼음里가 생겼네 매화꽃 눈 뜨는 날제비가 그리운 사연 물고 와도사랑道 그리우面 해동里가 될까 몰라. -림(20140124)  https://www.youtube.com/watch?v=VSuF58pUhTg

잊을 수 없는 기억

잊을 수 없는 기억                                                                                                                                                                임현숙  출근하는 막내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밥은 반 공기 정도 담고 반찬을 많이 담는다. 막내는 해 주는 대로 잘 먹는 편이지만 고기반찬을 좋아한다. 밥을 풀 때마다 십여 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뼛속에 각인되어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오타와에서 기다리던 소포가 도착했다. 드디어 막내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다. 군대 간 아들의 입고 간 옷과 신발이 든 소포를 받고 대성통곡했다는 엄마의 심정을 알..

겨울을 보내며

겨울을 보내며 임현숙  바다를 건너온 봄이겨울잠이 목마른 내 빈한 뜨락에바다 빛 수다를 풀어놓는다 지난겨울은 순결한 눈빛으로 기도를 가르쳤다  빈 들에서 주린 이를 위하여눈밭에서 헐벗은 이를 위하여겨울비처럼 눈물짓는 이를 위하여다시 드러날 나의 허물을 위하여 지난겨울은 마음 수련원이었다무언의 회초리로 내 안에 파도치는노여움과 모난 등성이를 꾸짖어참 어른다운 자리로 이끌었다 봄이면 철부지로 되돌아갈 일 겨울마다 받은 수십 개의 수료증이 마음 벽을 도배한다 봄의 헛기침이 뒷산의 잔설을 불어 내자 잰걸음으로 떠나는 겨울  구미호 봄바람 품에 안기며 겨울의 언어로 배웅한다다음에도 지엄한 회초리를 기다리겠다고. -림(20220222) https://www.youtube.com/watch?v=Mwymu4fO9Tg

설렘만으로도

설렘만으로도 임현숙  봄 햇살 잔기침하는 벤치에 백발노인복권을 눈빛으로 바싹 굽고 있다   타닥거리는 간절함 질펀하다 모래성 짓는 손가락의 가는 떨림이나연애편지를 받아 든 뻐근한 콩닥거림그 이루어지기 직전 설렘이 행복 순둥순둥 봄바람진달래 빛 두근거림을 엎질러 놓고마른 밭두렁에 들불 번져오는 생생한 이 느낌.   -림(20250226)  https://www.youtube.com/watch?v=I7HR_mZQl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