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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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티끌이 티끌에게」 감상 / 문태준

김선우의 「티끌이 티끌에게」 감상 / 문태준티끌이 티끌에게-작아지기로 작정한 인간을 위하여   김선우 (1970~)내가 티끌 한 점인 걸 알게 되면유랑의 리듬이 생깁니다나 하나로 꽉 찼던 방에 은하가 흐르고아주 많은 다른 것들이 보이게 되죠드넓은 우주에 한 점 티끌인 당신과 내가춤추며 떠돌다 서로를 알아챈 여기,이토록 근사한 사건을 축복합니다때로 우리라 불러도 좋은 티끌들이서로를 발견하며 첫눈처럼 반짝일 때이번 생이라 불리는 정류장이 화사해집니다가끔씩 공중 파도를 일으키는 티끌의 스텝,찰나의 숨결을 불어넣는 다정한 접촉,영원을 떠올려도 욕되지 않는 역사는티끌임을 아는 티끌들의 유랑뿐입니다....................................................................

밥솥에 늘어 퍼진 시간

밥솥에 늘어 퍼진 시간 임현숙   심심한 손가락이말하는 밥솥에 쌀을 안치다고여있는 시간의 무게를 가늠해 보네 생의 반세기를 훌쩍 지나사랑도 미움도 가랑잎 되고 나니손지갑이 빵빵한 시간 부자 사이버 마을을 기웃거리고책갈피를 넘겨보고밤하늘을 첨벙거리며 별을 줍는짝퉁 글쟁이고인 물에 이끼 같은 기억의 파편을오래도록 반추하며겨울 행 고속도로를 달려가네 수박 같은 여자이고 싶었으나밤송이였던 여름이 하롱하롱 숨지고  마음밭에 나이테에따분이 무성히 자라는 이 가을밥솥 한가득 늘어 퍼진 시간을굴풋한 하루에 고봉으로 퍼주고 있네 망각의 겨울에 침몰할 때까지 · · · -림(20250202) https://www.youtube.com/watch?v=rgGCfFPa-qI

고물은 살아있다

고물은 살아있다 임현숙   새 문물 인덕션에 밀려나 선반에서 거미집 짓고 있는휴대용 가스버너 스무 해 넘도록새파란 불꽃이 화룽화룽몸통 녹슬고 스위치 뻑뻑해도스위치를 돌릴 때마다여직살아있다고 번쩍이는 외눈부엌을 기웃거리시던팔순의 시어머니 눈빛 전 생애 다 내어주고그루터기만 남아여기서 저기서차츰 설 자리를 잃어가는오래 산 것들.  -림(20250128) https://www.youtube.com/watch?v=ulfOhK2WnPw&t=56s

어떤 회한

어떤 회한 임현숙  도망간 잠을 쫓아가다 지치면젊은 날 휘두른 칼날의 회한이 삼류 무대의 막을 올린다 '베르디의 나부코'가 흘러나오는 찻집한 여자가 속눈썹이 긴 남자를 돌아서고 있다그녀의 부족함이 그의 가난을 받아줄 수 없는 건 아니라는데해사한 미소에 얹힌 코털 때문이었을까커피가 식기도 전에 일어서는 모질은 여자다음날 갱지에 써 보낸 몇 줄의 무덤덤한 문장으로순정을 베고 만다 그을음을 남기고 꺼져버린 촛불지워도 지워내도 스미인 칼 빛 오래도록 행복을 빌었던당돌한 청춘의 흔적 머리에 억새꽃 한창인 이제그만 잊어도 되지 않겠니 물안개 속에서 먼동이 불새처럼 날아오른다정갈한 햇살에 머리를 감아야겠다. -림(20250115) https://www.youtube.com/watch?v=92hmjW1-NJI

설날 밥상

설날 밥상 임현숙   코리아의 명절 설날밴쿠버 우리 밥상에 만국기 휘날리며젓가락이 세계 여행을 한다 차이나에 도착해 차오몐 한 입오사카로 날아가 튀김 한 점 이탈리아에선 손녀만 피자 한 조각내 고향 코리아의갈비찜과 산적그리고 떡국 한 입두루두루 다니다 가도내 젓가락 단골은 김치 맛집 우리 집 밥상은설날에도 냠냠 세계 일주 떡국 한 사발에나이 한 살 더 먹던어머니 밥상 그립다.  -림(20250128) https://www.youtube.com/watch?v=tserjeGZaVY&t=5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