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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표현이지 설명이 아니다-최영철

라포엠(bluenamok) 2012. 4. 3. 00:09

1. 표현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

의견이나 감정 따위를 드러내어 나타냄,정신적. 주체적인 대상을 예술로써 형상화함.

형상화된 것 : 문학비평용어사전 : 이상섭

*동양 용어는 ‘겉으로 나타냄’ 서양용어는 ‘밖으로 내어 밀음. 짜냄

문학에서의 표현은 말에 의한 나타냄을 뚯한다.

 

시창작의 언어는 나타냄의 수단(표현의 수단)이며 동시에 표현의 구체적 실체이다

언어의 불완전한 속성은 사물의 완전한 실체나 본질을 드러내는데 어려움을 갖게 한다

 

2. 적절한 표현의 양식

 

1) 표현은 정확하게 하라

 

시는 정확하기가 수학과도 같다. 시인은 꿈꾸지 않으며 계산한다 - 장 콕토

 

2) 표현은 구체적으로 하라

 

시적 대상을 우리들의 오관을 통하여 감지할 수 있도록 묘사하거나 암시하는 것이다

구체적 표현을 상실하게 되면 시의 세계는 막연하고 모호해서 의미 형성이 되지 않는다

보고, 생각하고, 발견하고, 느낀 것들에 대한 주관적인 감동을 언어로 가시화해서 겉으 로 드러내는 일이다

 

시를 한 언어조직으로 짜내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우리가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내가 실감한 대로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상상시킬까?’ 하는 것이다.

 

*언어의 구분

 

1. 구상어 : 형체를 갖춘 구체적 사물을 나타냄

2. 추상어 : 추상적 개념을 나타냄

1. 일반어 : 구체적 의미를 모두 개괄함

2. 특수어 : 개별적이고 한정적인 특성을 살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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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어와 일반어보다도 구상어와 특수어들이 구체적 표현에 적합하다(정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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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적 기능과 미적 기능을 살려주는 개념적 의미, 지시적 의미, 감정적 의미, 연상적 의미

주제적 의미 등을 잘 함축한다

 

*묘사와 시적 진술

 

①묘사

시적 대상을 그림 그리듯 감각적이고 인상적이게 표현하는 방법. 이미지를 형성하여 감각을 자극하면서 시 표현의 구체적을 갖게 한다. 회화적 기법

②시적 진술

객관적 설명처럼 자세히 벌려서 말하는 언술 형식으로 설명과는 다르다

외형상 드러난 모양은 ‘독백’이고 이 독백은 의미있는 깨달음을 바닥에 깔고 있는

정서적 호소력이 있는 큰 표현. 청각을 통한 설득

 

3) 표현은 쉽고 순수하게 하라

 

사고와 언어를 다루는 기술의 원숙함에서 쉬운 표현이 나온다.난해성을 회피하고 애매성을 강조하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절실함을 배워라(시는 폐부에서 나온다)

 

4)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을 구사하라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이란 언어에 의한 기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시인의 통찰과 성숙한 사고에서 나온다

 

<예문시>최영철의 시

 

노을

 

한 열흘 대장장이가 두드려 만든/초승달 칼날이/만사 다 빗장 지르고 터벅터벅 돌아가는/내 가슴살을 스윽 벤다/ 누구든 함부로 기울면 이렇게 된다고/피 닦은 수건을 우리 집 뒷산에 걸었다

 

-시집 '찔러본다'에서

 

일광욕하는 가구

 

지난 홍수에 젖은 세간들이/ 골목 양지에 앉아 햇살을 쬐고 있다/그러지 않았으면 햇볕 볼 일 한번도 없었을/ 늙은 몸뚱이들이 쭈글쭈글해진 배를 말리고 있다/긁히고 눅눅해진 피부/

등이 굽은 문짝 사이로 구멍 뚫린 퇴행성 관절이/삐걱거리며 엎드린다/그 사이 당신도 많이 상했군/진한 햇살 쪽으로 서로 몸을 디밀다가/몰라보게 야윈 어깨를 알아보고 알은체한다/

살 델라 조심해, 몸을 뒤집어주며/작년만 해도 팽팽하던 의자의 발목이 절록거린다/

풀죽고 곰팡이 슨 허접쓰레기,/버리기도 힘들었던 가난들이/아랫도리 털 때마다 먼지로 풀풀 달아난다/여기까지 오게 한 음지의 근육들/탈탈 털어 말린 얼굴들이 햇살에 쨍쨍해진다.

 

- “일광욕하는 가구”(문학과지성사, 2000)

 

▶최영철=1956년 경남 창녕 출생.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홀로가는 맹인 악사' '야성은 빛나다' '가족사진' 등이 있다.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