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뭘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뭘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출처 : 코리아 싱어즈
글쓴이 : princess 원글보기
메모 :
'시인의 향기 > 영혼의 비타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아침의 향기............이해인 (0) | 2010.05.15 |
---|---|
[스크랩] 아침 햇살 내리면...................유 영애시 김 광자곡 (0) | 2010.05.15 |
[스크랩] 꽃....................김춘수 (0) | 2010.05.15 |
[스크랩]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롱펠로우 (0) | 2010.05.15 |
[스크랩] 매일매일 이라는 나의 밭에...........이 해인 (0) | 2010.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