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설날 아침에 나목 임현숙 올봄에도 내 어머니 누운 동산엔 흰 배꽃 향 비석을 닦고 종다리 지지배배 비문을 읽겠지 어머니와 영영 이별하고 돌아설 때 눈물을 훔치던 따스한 숨결 이토록 생생한 데 어언 이십여 년이 흘렀구나 어느 해 지붕에 아카시아가 자라나 목놓아 울며 종종 돌아보겠노라 약속하고선 멀고 먼 곳으로 떠나오고 오빠도 저세상으로 가고 나니 오두막이나마 누가 보살펴 줄까나 아랫녘 저수지에 봄빛 물들고 자동차 소리 들리면 막내딸인가? 반기실 울 어머니 오늘이 설날인데 쓸쓸히 누워 지나치는 발걸음마다 기다리실 이 불효를 어이할꼬. 2015.02.19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