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월은
임현숙
여름의 문지방 유월
어제보다 높아진 하늘에 어린 구름 몇 점 뛰어놀고
손 까부르던 나무 이파리 어느새 어른이 되어
산처럼 큰 그늘을 내어준다
활활 타오르는 장미 푸름을 부채질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서 깜짝 돌아오면
파랗게 스며드는 고요
오늘의 유월은
뜨거운 것들이 오기 전
가슴 속 잉걸불을 숨 고르는 시간이다
내가 듣지 못한 유월의 총포 소리
보지 못한 피난의 물결 속에서
헤어졌던 남북의 아픔이
일흔네 번의 유월이 지나도
누군가의 가슴에 살아있는데
나의 유월은 죄스럽게도 요람을 거닌다
다시는 포화 소리 들리지 않기를
다시는 슬픔이 노략질하지 않기를
천천히 걸어가는 한 낮 햇살 위에
옷깃 여민 마음이 바로 눕는다.
-림(20250601)
https://www.youtube.com/watch?v=3oMVQ8Hd4nk
'나목의 글밭 > 시 짓는 김 오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래 널기 좋은 날 (0) | 2025.07.01 |
---|---|
뜻밖의 위로 (0) | 2025.06.23 |
미안하다는 말은 (0) | 2025.06.10 |
출옥하기 (0) | 2025.06.04 |
하루의 불쏘시개 (2) | 2025.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