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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내가 화살이라면 -문정희

라포엠(bluenamok) 2014. 5. 17. 23:17

 

 

 

 

 

내가 화살이라면 -문정희

 

 

 

 

내가 화살이라면

오직 과녁을 향해

허공을 날고 있는 화살이기를

 

일찍이 시위를 떠났지만

전율의 순간이 오기 직전

과녁의 키는 더 높이 자라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팽팽한 허공 한가운데를

눈부시게 날고 있음이 전부이기를

 

금빛 별을 품은 화살촉을 달고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고독의 혈관으로

불꽃을 뚫는 장미이기를

숨 쉬는 한 떨기 육신이기를

 

길을 알고 가는 이 아무도 없는 길

길을 잃은 자만이 찾을 수 있는

그 길을 지금 날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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