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불씨 임현숙 하늘이 무너질 듯 겨울비 쏟아져 인적 드문 거리에 물빛 출렁이고 빗방울 소야곡에 시들은 마음 기대면 저문 기억들이 유령처럼 다가온다 창백한 낮달 같은 첫사랑 풋사랑 시작도 없이 엇갈린 이별 말없이 바라보던 그 눈빛을 그때는 어수룩해 읽지 못했노라고 빗살 머리채로 지워질 편지를 쓰고 또 쓴다 그 눈빛 닮은 노을꽃 피는 어느 쓸쓸한 저녁 따스한 불빛으로 켜지기를 겨울비는 늙지도 않는 추억의 불씨를 화르르르 지피고 돌꽃이 된 닿을 수 없는 인연의 고리 굵은 빗살에 걸어본다. -림(202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