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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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2/My Birthday

라포엠(bluenamok) 2022. 4. 21. 22:36

또 한 번의 생일을 맞이한다.

분명 생일은 축하받아야 할 날이지만

이순을 넘고보니 갈수록 돌아오는 생일이 혹 내 생의 마지막은 아닌가 싶어 축하 받기가 머쓱해진다.

생일 즈음에는 무언가 정리하고 싶어 진다.

자필 시집도 빨리 마치고 싶어 책상 앞을 떠나질 못하고

옷장도 정리하고 부엌 수납장이며 구석구석 찌든 때도 닦아내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존재이기에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올해는 사돈, 벨의 집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한국 생선회(우럭, 다금바리, 소라)를 주문해서 모처럼 포식했다.

이젠 이곳에서도 싱싱한 한국의 회를 먹을 수 있어 오랜 갈증(?)을 풀었다. ㅎㅎ

 

 

 

 

 

 

 

 

또 한 번의 생일에

 

                                         임 현 숙

 

 

 

가을 문 앞에서

어머니는 낙엽을 낳으셨지

바스러질까 고이시며

젖이 없어 홍시를 먹이던 어미의 맘

반백이 넘어서야 알았네

소금 반찬에 성근 보리밥

밀 풀 죽도 먹어보았지

또 한 번의 생일에 맛보는

이밥에 기름진 반찬도

엄마 생각에 쌉싸름하네

 

이제 생일의 의미는

소풍 길의 종착역이 가까워지는 것이라네

영혼의 포장지는 낡아지는데

아직도 마음은 신록의 숲이어서

가을빛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

그 어느 날

풍경 속에서 이 몸이 사라질 때

좋은 사람으로 추억하는 이 있기를 원하네

 

유리창을 쪼갤 듯 쏟아지는 햇살이

환희로 숨 가쁘게 하는 구월 둘째 날

내가 있어

기쁘고 행복한 이가 있다면

기울어진 소풍 길이 쓸쓸하진 않겠네.

 

 

 

-림(201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