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생일을 맞이한다.
분명 생일은 축하받아야 할 날이지만
이순을 넘고보니 갈수록 돌아오는 생일이 혹 내 생의 마지막은 아닌가 싶어 축하 받기가 머쓱해진다.
생일 즈음에는 무언가 정리하고 싶어 진다.
자필 시집도 빨리 마치고 싶어 책상 앞을 떠나질 못하고
옷장도 정리하고 부엌 수납장이며 구석구석 찌든 때도 닦아내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존재이기에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올해는 사돈, 벨의 집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한국 생선회(우럭, 다금바리, 소라)를 주문해서 모처럼 포식했다.
이젠 이곳에서도 싱싱한 한국의 회를 먹을 수 있어 오랜 갈증(?)을 풀었다. ㅎㅎ
또 한 번의 생일에
임 현 숙
가을 문 앞에서
어머니는 낙엽을 낳으셨지
바스러질까 고이시며
젖이 없어 홍시를 먹이던 어미의 맘
반백이 넘어서야 알았네
소금 반찬에 성근 보리밥
밀 풀 죽도 먹어보았지
또 한 번의 생일에 맛보는
이밥에 기름진 반찬도
엄마 생각에 쌉싸름하네
이제 생일의 의미는
소풍 길의 종착역이 가까워지는 것이라네
영혼의 포장지는 낡아지는데
아직도 마음은 신록의 숲이어서
가을빛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
그 어느 날
풍경 속에서 이 몸이 사라질 때
좋은 사람으로 추억하는 이 있기를 원하네
유리창을 쪼갤 듯 쏟아지는 햇살이
환희로 숨 가쁘게 하는 구월 둘째 날
내가 있어
기쁘고 행복한 이가 있다면
기울어진 소풍 길이 쓸쓸하진 않겠네.
-림(201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