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9.1.26. 중앙일보 게재/어서 오십시오

라포엠(bluenamok) 2019. 1. 27. 15:34

 

 

 

 

어서 오십시오
             
                                                     임 현 숙


 
어서 오십시오
나목 사이로 솟아오르는 새날이여

 

고난의 장벽을 뛰어넘어
텅 빈 곳간에 금빛 햇살이
넘실거리게 하소서

 

저 북방 거센 바람으로
나이테 늘어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의 티끌을 키질하소서

 

웃음을 잃은 이에게
소망 박을 타게 하시고
사랑을 잃은 이의 눈물을 거두어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겸손의 신발을 신고 배려를 지팡이 삼아
무장무장 섬김의 길을 가게 하시고
내 모습 이대로 감사하며
날마다 행복의 샘물을 나누게 하소서

 

어서 오십시오
나목에 파릇한 옷을 지어줄 새날이여.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