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bluenamok) 2019. 12. 13. 01:37

12월을 달리며

 

임 현 숙

 

 

한 세월의 종착역입니다

시간의 나래에서

베짱이처럼 지내던 날을 지우며

이마를 낮춰

손끝에 가시가 돋고

발목이 가늘어지도록 달려왔습니다

대못이 박히고

무릎 꺾는 날도 있었지만

발자국마다 반성문을 각인한 후

낡은 지갑은 늘 배가 고파도

철든 눈동자엔

겁 없는 미소가 찰랑댑니다

겨울나무처럼 허울을 벗고 나니

어느 별에 홀로 떨어져도

삽을 들겠노라고

앙상한 발가락이 박차를 가합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새봄이 오지 않는다 해도

해쓱한 볼이 터지라

웃으며 달리렵니다.

 

 

-림(201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