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허공장경虛空藏經 / 김사인

라포엠(bluenamok) 2015. 1. 17. 04:51

허공장경虛空藏經 / 김사인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교를 중퇴한 뒤
권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공사판 막일꾼이 되었다
결혼을 하자 더욱 어려워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떨어먹고 도로 서울로 와
다시 공사판
급성신부전이라 했다
삼남매 장학적금을 해약하고
두 달 밀린 외상 쌀값 뒤로
무허가 철거장이 날아왔다
산으로 가 목장을 맸다
내려앉을 땅은 없어
재 한 줌으로 다시 허공에 뿌려졌다
나이 마흔둘.


월간『현대시학』 2006년 3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