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bluenamok)
2013. 4. 18. 06:36

추억 하나
임 현 숙
남편은 얼근하게 취하면
통닭 한 마리를 안고 와
잠자던 아이들을 깨우곤 했다
큰 아이는 맏이라고 막내는 막내라는 특권으로
닭 다리 하나씩 움켜잡으면
착한 둘째는 퍽퍽한 살을 집어들며 침을 삼키곤 했지
"엄마, 닭 다리는 왜 두 개인 거야."
"그러게, 나도 닭 다리만 먹는데..."
어쩌다 둘째에 차례가 갈 때면
어린 마음에도 엄마가 통닭에 손도 안 대는 게 걸렸는지
"엄마 먹어."
마른 침 꿀꺽하며 내게 내밀곤 했지
세월이 흘러 원하는 만큼 닭 다리만을 먹을 수 있어도
그때처럼 쩍쩍 입에 붙지 않는 건
제비 새끼들을 바라보듯 불그레 허허 웃던
그 모습이 그리운 탓일까?
-림(201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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