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bluenamok)
2015. 9. 5. 14:34

정전
임 현 숙
정전되자
전기를 먹고 사는 것들이 모두 휴가 중
"빛"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기력하다
인터넷을 헤매던 마음이 길을 잃고
손전화를 주무르던 손가락엔 신경질이 돋아나고
초라한 허기는
불 켜진 식당으로 밀물처럼 몰려간다
전기 없는 하루가
어긋난 가위처럼 삐거덕거리다
반짝 불이 켜지고
찰칵찰칵 제자리로 돌아가며
훤해지는 낯빛들
눈부신 방안에서
빛을 잃은 지 오래된
내 마음 소켓을 만지작거려본다.
-림(20150905)
|